봄은 어디에 by 유쾌한나비

3월도 다 끝나가는데 날씨는 아직도 겨울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지에 있는 도서관 길을 오가다 보면 도무지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이대로 겨울이 영원할 것만 같은
우울한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봄을 이토록 기다렸던 적이 있던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새삼 봄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안 읽던 신문을 다시 읽고,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사유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원래도 부족했는데 생활의 늪에 빠져 생각없이 지내온 세월이 쌓이니 더더욱 그렇다.
언젠가는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처럼, 내 생각 뭉치도 활짝 피어날 날이 오겠지. 그렇게 믿고 가야지.


[책]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by 유쾌한나비

# 내가 애틀랜타 도서관의 인종분리 철폐를 위한 작은 운동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사회운동의 역사가 곧잘 대규모 사건이나 일대 변화를 가져온 순간들에 스스로를 국한시키기 때문이다. 민권운동의 역사에 관한 개관은 으레 브라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나 먼고메리 버스 보이콧, 앉아있기 운동, 자유승차 운동(Freedom Rides), 버밍엄시위, 워싱턴 대행진, 1964년 민권법, 셀마-먼고메리 행진, 1965년 투표권 법안 등만을 다루고 있다.
이들 거대한 운동을 이끌어낸 이름 없는 이들의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행동들은 이 역사에서 빠져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가 참여한 아무리 작은 저항 행동이라도 사회 변화의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남부위원회>에 제출한 내 보고서는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했다. 거기서 나는 연방정부가 헌법상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중략) 언론은 FBI 비판을 크게 다루면서 후버 대통령의 격분을 불러일으켰지만, 내 보고서가 FBI를 넘어서 법무부와 백안관까지 건드리고 있었음에도 오직 FBI에만 문제를 국한시켰다. 이는 미국 저널리즘(아마도 사회 비평 전반)의 공통된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행위자나 개인들에 피상적을 초점을 맞춤으로써 깊은 분석을 할 경우 드러나게 될 사실-정부 그 자체, 사실상의 정치체제의 실패-을 감추는 것이다.

=>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를 보도한 한국 언론들의 태도와 일치하는 모습. 대부분의 언론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뇌물 비리'를 집중 취재하는 대신 이른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이 누구냐에 초점을 맞춰 집중 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삼성 문제'에서 '삼성' 그 자체를 완전히 감춰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받는 보상은 미래의 승리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가 함께 서 있다는, 함께 위험을 무릅쓰며 작은 승리를 기뻐하고 가슴아픈 패배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얻는 고양된 느낌이다ㅡ함께 말이다.


# 시민불복종은 그것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고 무정부 상태를 낳는다는 일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코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위험은 시민의 복종, 즉 개인의 양심을 정부의 권위에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나는 역석했다. 그러한 복종은 전체주의 국가들에서 본 것처럼 공포를 낳고,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이른바 민주족 정부의 자의적 결정 아래 국민 대중이 전쟁을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는 것이었다.


# 인종 간 증오와 성차별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만연해 있고, 전쟁과 폭력은 여전히 우리의 문화를 타락시키며, 가난하고 절망에 빠진 하층계급은 엄청나게 많고, 다수 국민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만을 본다면, 역사적 관점을 잃어버리게 되어 마치 어제 태어난 사람처럼 오늘 아침 신분과 오늘 저녁 텔레비전 뉴스의 우울한 소식들만 알게 된다.
인종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자신들의 당연한 자리를 요구하는 대담한 여성들의 존재 속에서, 동성애자들이 진기한 골동품이 아니라 오감을 지닌 존재라는 대중들의 각성 속에서, 걸프전 와중에 잠시 고조된 군사적 광기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확대된 군사개입에 대한 회의론 속에서, 단지 수십 년에 불과한 시간동안 이루어진 놀라운 의식의 변화에 관해 생각해 보라.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바로 이러한 장기적인 변화를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비관주의는 자기충족적인 예언이 된다. 그것은 우리의 행동의지를 무력하게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을 재생산한다.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에 보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금세기만에도, 갑작스러운 제도의 몰락과 사람들 사고의 비상한 변화, 폭정에 맞선 반란의 예기치 못한 분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것처럼 보였던 권력 체제의 신속한 붕괴로 인해 얼마나 자주 놀라게 되었는지를 잊고 있다.
나쁜 일은 줄곧 벌어져 온 나쁜 일ㅡ전쟁, 인종주의, 여성학대, 종교적, 민족적 광신주의, 기아ㅡ이 반복되는 것이다. 좋은 일은 예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중략)

좋지 않은 시대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어리석은 낭만주의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잔혹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공감, 희생, 용기, 우애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복잡한 역사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쪽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최악의 것들만을 본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파괴할 것이다. 사람들이 훌륭하게 행동한 시대와 장소들ㅡ이러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ㅡ을 기억한다면, 행동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적어도 이 팽이 같은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행동을 한다면, 어떤 거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래는 현재들의 무한한 연속이며, 인간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에 도전하며 현재를 산다면, 그것 자체로 훌륭한 승리가 될 수 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 by 유쾌한나비

도요타와 갈라파고스


남아메리카의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동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준 섬이다. 비글호를 타고 1835년 이곳에 도착한 다윈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부리의 모습이 변한 13종의 핀치를 만났다. 육지에서 격리된 덕분에 진화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이 발견을 토대로 다윈은 24년 후인 1859년 <종의 기원>을 발간,'자연선택'이 진화의 원동력임을 밝힌다. 갈라파고스로 인해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동물의 세계로 추방되는 순간이었다.

▦ 이 같은 역사와 명성을 가진 갈라파고스가 최근 고립 폐쇄 등을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가 일본 휴대폰업체를 향해'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부터다. 갈라파고스 생태계처럼, 세계 시장의 추세와 동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표준만 좇아 고립을 자초했다는 뜻이다. 다윈으로 유명해진 갈라파고스가 점차 육지와 빈번하게 교류하면서 면역력 약한 고유 생물종이 외래종에 밀려 대부분 멸종 또는 멸종위기에 처했듯이, 시장의 요구나 기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영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 도요타 리콜 파문이 미래 성장동력인 하이브리드카로 확산되면서 '갈라파고스 신드롬'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일부에선 '잘라파고스(Japan+Galapagos)'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세계 1위의 자만심으로 성장제일주의와 비용 절감에만 몰입한 채 차량결함을 지적하는 소비자의 소리에 귀 닫다가 치명적인 신뢰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도요타가 가진 기술력을 집대성한'3세대 프리우스의 작은 브레이크 오작동을 소홀히 하다가 50여년간 쌓아온 '품질ㆍ안전 신화'를 한 순간에 날려버린 꼴이다. 역진화 또는 역주행이라고 할 만도 하다.

▦ 흥미로운 것은 미국 언론의 도요타 때리기가 지나치다며 그 의도와 배경을 의심하던 일본언론들이 도요타 등의 경영실패 원인을 "비판 자체가 금지되던 에도시대의 번(藩ㆍ지방영지) 같은 체질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막강한'도요타번'의 영주 주변에 예스맨만 흘러 넘쳤고, 광고에 목매단 언론 역시 무비판으로 일관했음을 꼬집은 것이다. 바다 대신 예스맨들이 둘러쌌을 뿐, 도요타번은 육지 속 갈라파고스의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기업들도 작은 성취에 도취해 자신만의 갈라파고스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되돌아봐야 한다.

[출처] 한국일보 사설 • 칼럼
[지평선/2월 13일] 도요타와 갈라파고스



한국 `갈라파고스식 규제` 탓에 모바일 지각생 됐다
통신업계 `갑` 위치 안주…스마트폰 도입 2년 늦어져
SWㆍ솔루션으로 무게중심 이동 벤처 생태계 육성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뒤흔든 애플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7년 1월. 미국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스티븐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을 손에 들고 나타나 "전화기를 재창조했다"고 선언했다. 잡스 CEO의 선전포고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NBC 등 미국 언론매체를 연일 도배했다.

휴대폰 지형을 바꾼 아이폰이 공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한국 통신업계는 기나긴 겨울잠에 빠져든 것처럼 스마트폰 `쓰나미`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아이폰의 글로벌 누적 판매가 4000만대를 돌파했지만 한국에 아이폰이 도입된 지 이제 100여 일(40만대 판매) 지났을 뿐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 2위와 3위 자리를 굳건히 했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모바일 공룡`이라며 두려워하는 곳은 불행하게도 애플과 구글이다.

IT 전문가들은 한국이 `모바일 지각생`으로 전락한 이유로 이동통신사들의 폐쇄성을 꼽는다. 내수시장에서 통신망에 대한 과점적 지배를 통해 알토란 같은 수익을 챙기는데 안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음성 매출의 잠식을 초래할 수 있는 스마트폰 판매보다는 디스플레이, 메모리 용량, 카메라 기능 등 하드웨어 사양에 치우친 일반폰 판매에 치중했다.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역성장(-7.9%)하는 가운데도 스마트폰 시장은 15%나 커질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판매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3%에도 못 미쳤다. 김지현 다음 모바일커뮤니케이션SU 본부장은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 확산이 1~2년 빨랐더라면 모바일 콘텐츠 개발이나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 더욱 일찍 활성화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의 스마트폰 붐은 아이폰 국내 출시를 계기로 촉발됐을 뿐 그 전까지는 프리미엄폰 등 일반 휴대폰 각축전 양상이었다. 국내 이통사들은 데이터 요금 인하에도 소극적이었다. 데이터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폰 사용자가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면 1MB당 3000원에 달하는 요금을 내야 한다. 6MB짜리 모바일 게임 하나 내려받는데 데이터 이용료와 접속료를 감안하면 2만원이 넘게 든다.

IT업계 한 인사는 "와이파이(Wi-Fi)와 와이브로 기반을 갖추고도 활용을 등한시했던 이통사들이 작년 4분기부터 경쟁적으로 무선인터넷 개방과 데이터 요금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이미 뒤처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야 SK텔레콤은 와이파이망 개방에 나섰고, KT는 휴대전화 한 대로 여러 개의 데이터 단말기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테더링`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은 아이폰 대항 카드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쏟아낼 태세지만 아이폰과의 2년여 간극을 좁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임 사전심의, 인터넷 실명제, 모바일 결제 제약 등 세계 속 고립화를 자초하는 모바일 폐쇄정책에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남미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 섬의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거나 본래 종과는 다르게 진화한 것처럼 한국이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모바일 생태계를 형성하는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의 하드웨어 마인드도 `모바일 코리아` 행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삼성전자가 올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에서 선보인 첫 바다폰 `웨이브`는 슈퍼 아몰레드라는 디스플레이 혁신은 눈에 띄었으나 OS나 콘텐츠 면에서 눈에 띄는 경쟁우위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휴대폰 화면이나 컬러링 등 휴대폰 꾸미기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는 갖췄을지 몰라도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구축은 한발 늦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위주의 통신 생태계도 모바일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강력한 힘으로 시장 경쟁을 벌이는 동안 중견 소프트웨어나 중소 모바일 서비스 업체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이통사와 단말 제조사 등 `갑의 몰락`이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소비자의 가치가 넘어가고 있다"며 "향후 성패는 단말기, 플랫폼, 콘텐츠,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묶인 모바일 에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특정 대기업이 에코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누가 협업을 잘 하느냐가 경쟁력의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매일경제 2010. 3. 14




[책]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 by 유쾌한나비

# 1935년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Charles Beard)가 발표한 헌법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접한 사람들은 분노했다. 찰스 비어드가 헌법 작성을 위해 모였던 55인에 관해 연구한 결과 그들 대부분이 부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 가운데 절반은 사채업자들이었고 대부분은 변호사였다. 그들은 현재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경제 시스템을 유지해줄 강력하고 중앙 집권적인 연방정부를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찰스 비어드는 여성, 흑인, 계약 노동자, 빈민들이 헌법 작성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힘없는 사람들의 요구 사항이 헌법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 미국은 엄청난 속도와 흥분 속에서 발전하는 중이었고, 그 결과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1790년의 미국의 도시 인구는 100만도 채 되지 않았으나, 1840년경에 이르러서는 11배로 증가했다. 뉴욕 시만 하더라도 1820년에 13만 명이었던 인구가 1860년에는 100만 명이 되었다. 수많은 도시인이 가난에 허덕였다. 필라델피아의 노동자 가족들은 빈민 아파트(tenement)에서 살았다. 가족 전체가 한 방을 사용했고, 상하수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뉴욕의 빈민들은 쓰레기더미 옆에서 노숙했다. 하수도가 없었던 빈민가의 빈민들이 버린 오물은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극빈층 사람들에게서 정부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다는 것은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존재는 노예나 인디언들과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번 들고일어나면 상층계급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극빈층이 아닌 사람들은 현 체제를 지지했다. 자기 소유의 토지가 있는 농부들, 보수가 좋은 노동자들, 도시의 회사원들은 적당한 보수를 받고 적절하게 위신을 세우는 존재들이었다. 위기가 닥치면 현 체제에 충성을 바쳤다. 상층계급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몹시 쉬운 일이었다. 

# 19세기 후반의 유력한 사업가들을 일컫는 말 가운데 강도 남작(robber baron)이란 말이 있다. 중세 귀족인 남작들처럼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었으며, 강도처럼 탐욕스럽고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 재물을 축적했기 때문에 불린 명칭이다. 상품의 판매가격은 높게,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쟁자들을 물리쳐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과 세금을 만들어주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그들은 산업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더 자신들의 제국을 키워나갔다. 정부는 타당하게 행동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봉사단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목적은 상층계급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평화롭게 조율하고, 하층계급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며,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 교회, 학교, 회사, 정부는 사회의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교육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려고 했다. 가난은 개인이 실패한 것이니 사회의 잘못이 아니며, 부자들은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는 옳고도 바른 것이었다.

#"나는 그 어떤 전쟁도 환영할 생각이네. 이 나라에는 전쟁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후에 미국 대통령이 도리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velt)가 그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말.

윌리엄 매킨리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는 국내시장에서 팔고 남은 잉영생산물을 판매할 해외시장이 필요하다."

인디애나 주의 상원의원 앨버트 베버리지(Albert Beveridge)는 다음과 같이 공언했다.

"미국의 공장에서는 미국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물건들이 생산되고 있다. 미국의 농지에서도 미국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직물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 정책의 방향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 우리는 반드시 세계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은 미국에서 애국심이 고취된 시간이었다. 온 나라가 전쟁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것으로 보였다.
(...) 전쟁이 끝났을 무렵 많은 사람은 생활이 향상된 듯했다. 전쟁으로 거대 기업들은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배분해주었다. 농부들은 더 높은 농작물 가격을,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을 올려 받았다. 국민이 반란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부유해졌던 것이다. 그야말로 정부에 의해 학습된 낡은 교훈, 즉 전쟁이 국가 통치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준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이에 만족한 제너럴 일렉트릭 회사의 회장은 기업과 군부가 "영구적인 전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 1946년 프랑스는 베트남에 폭격을 가했다. 그것이 프랑스가 베트민(Vietminh)이라는 베트남 공산주의 단체와 8년에 걸쳐 벌인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미국은 10억 달러에 이르는 지원금과 대량의 무기를 프랑스에 원조했다.
미국이 프랑스를 원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식적인 이유는 아시아에서의 공산주의의 발호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중국과 북한에는 이미 공산주의 정부가 수립되어 있었다. 냉전이 극에 달해 있던 시기로 공산주의가 미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없었을까?
1952년도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에는 고무, 주석, 석유 등 동남아시아 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보고되어 있었다. 베트남에 미국을 적대시하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미국의 영향려고가 이익에 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미국 국무부의 1954년 문서에는 "만에 하나 프랑스가 정말 (베트남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할 경우, 미국은 이 지역의 접수 여부에 대해 최대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CIA와 FBI 모두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이 단체들은 준수하기로 맹세했던 법들을 어겼으며, 리처드 M. 닉슨이 불법행위를 하도록 도왔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끝난 후 의회에서 CIA와 FBI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조직했을 때, 추한 비밀들이 더 많이 발각되었다.
CIA는 쿠바에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외국 지도자들의 암살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CIA는 쿠바에 가축의 질병을 퍼뜨려서 쿠바 국민이 키우던 돼지 50만 마리를 폐사시켰다. 또한 CIA는 칠레 정부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칠레 정부를 이끌던 사람은 마르크스주의자인 살바도르 아옌데로, 그는 칠레 국민의 자유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였다. 그러나 미국은 그의 정책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FBI의 경우 수년 동안 좌파의 급진단체들을 와해시키기 위해 애썼다. FBI는 위조편지를 보내고, 편지 내용을 불법적으로 검열했으며, 6년 동안 90명의 침입자에게 임무를 맡겼다. 게다가 블랙 팬더의 흑인 활동가였던 프레드 햄프턴의 살해에도 FBIrk 개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사람들은 로널드 레이건의 사회복지 감축에 분노에 차서 대응했다. 1981년 보스턴 동부에 살던 사람들은 길거리로 나와 교사, 경찰, 소방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중단된 것에 대해 항의했다. 45일에 걸쳐 그들은 러시아워 시간대에 주요 도로들을 봉쇄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그들이 "대부분 중산층과 노동계급에 속하는 중년의 사람들로, 전에는 아무 일에도 저항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라고 보도했다.

# 대부분의 역사책은 위기의 순간이 나오면 반드시 우리(민중)를 구한 누군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혁명이라는 위기의 시절에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우리를 구했다고 한다. 남북전쟁 때에는 에이브러험 링컨이 우리를 구했다. 공황이 닥쳐왔을 때에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우리를 구했다. 우리가 맡은 역할이라고는 4년마다 한번씩 투표하러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때때로 미국의 민중들은 구원자라는 존재를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봉기한다.





[시] 바닥 by 유쾌한나비

바닥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 외롭다. 공부를 하려니 자꾸만 더 외롭다고 느낀다.
  바닥에 떨어진 가랑잎이 떨어지는 가랑잎을 받아주듯
  사람과 사람의 손이 마주 잡고 포개지듯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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